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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관광 더 이상 눈길 못 끌어…전설·자투리땅·범죄도 훌륭한 관광테마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602만명에 그친데 반해 내국인의 해외관광은 1천만명에 달해 관광수지 적자는 63억달러에 이르
렀다. 이는 지난 2004년 관광수지 적자 38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또한2006년상반기(1~6월)동안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으로 지출한 돈이 반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6조원을 넘어서면서 5년 만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일반적인 관광상품으로는 더 이상 관광객을 모집하기 힘들어진 관광업계에서는‘이색 테마관광’이라는 새로운
상품을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온 국토가 문화 그 자체다. 5천년이라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선조들의 땀과 혼이 숨쉬는 곳,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문화왕국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이 고대 전설과 신화 속에서 중국인의 조상으로 나오는 황제(黃帝)와 염제(炎帝)의 거대 석상을 만들었다.
황허(黃河) 유역의 허난(河南)성 퉁멍(同盟)산 기슭에 완공된 이 두 인물상은 높이 106m로 현존하는 조각상 중 가장 크다.

전설을 현실로 한 관광상품

얼굴 모습만을 올린 이 조각상은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보다8m,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해 세운 이른바‘어머니 러시아상’ 가운데
가장 높은 것과 비교해도 2m가 더 높다. 눈 길이 3m, 코 길이 8m에 얼굴 면적만 1천㎡에 이른다.

동상이 들어선 산기슭에는 두 인물상 외에 15만㎡의 광장까지 조성했다. 이를 세운 황허 경승지관리위원회 측은 세계 제1의 조각상을 만들었고,
이 조각상은 전 지구에 퍼져 있는‘염황 자손(炎黃子孫·중국인을 뜻함)’들의 상징이 되기 위해 제작되었음을 자랑한다.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는 한국관광공사 혹은 관광 관련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사례다. 세계적인 관광
상품을 만들려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이슈를 주면 된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큰 쪽으로 하든지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쪽으로 하든지
하면 될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된 해양대국이다. 영화‘타이타닉’의 낭만을 재현할 수 있는 호화 유람선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보자.
동북아 허브로 성장하는 우리나라는 앞선 조선기술을 이용해 비교적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변국과의 연계 루트를 개발하는 건 어떨까?

분단 현실로 인해 대륙과의 육로 교통이 끊긴 상황에서 세계적인 크루즈 회사처럼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한 상품이 개발된다면 침체된 한국 관광
산업에 활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뉴비즈니스 중 하이라이트는 유휴지 활용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 집 한 채 겨우 들어갈 만한 공간에 10층 건물을 세워놓은 긴자거리의
비즈니스 감각은 일본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 외곽 노는 땅에 할인쇼핑센터, 주차장, 음식점등을 만들어 주말-야간 상권을
창출하는 것도 유휴지에 대한 특유의 감각에서 비롯된다.

그런 일본에서 요즘 노는 땅을 활용하는 뉴비즈니스로 각광 받는 것이 테마파크라 불리는 대중 비즈니스다. 별다른 용도가 없을 땅에 아이디어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먹고 즐길 공간을 만들어 파는 장사다. 주차장 건물을 개조해 1층은 포장마차촌, 2층은 노래방, 3층은 사우나식으로
만드는 것이 한 예다.

자투리땅 테마파크‘라면박물관’

신요코하마역 앞에 문을 연‘신횡병 라면 박물관’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입장료 3백엔을 내고 지하 2층으로 된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돌연 석양빛에 물든 영화 세트 같은 거리가 펼쳐진다. 간판, 네온에서부터 뒷골목
선술집, 두부장사의 종소리, 거리에 흐르는 음악, 우체통에 이르기까지 모두 50년대 거리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여기에 진짜 라면집 8개가
모여 있다.

이 라면집에서 먹는 라면 값은 입장료와 별도다. 이처럼 기묘한 콤비네이션을 상품으로 내건 박물관을 둘러보고 라면도 먹으려고 평일 4천~5천명,
휴일엔 7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 테마파크를 만든 사장이 젊었을 적에 부동산회사로부터 유휴 토지 활용 방안에 대해 상담을 받은 것을 사업으로 연계하여 성공한 사례다.
이 지역에 새 명소가 될 만큼 재미있는 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에 짜낸 아이디어가 라면박물관이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손님들에게
감동을 줄 소재를 찾다가 라면을 테마로 발견한 셈이다.

라면은 돈이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고령자건 어린이이건 모두 즐기는 식품이라는 데서 라면을 찍었다고 한다. 이라면 박물관은 줄여서
‘라박’이라고도 부른다.

1994년 3월에 개관한 이 라면박물관은 원래 관광객이 별로 없는 신요코하마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가게마다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각지에 있는 라면가게들이 이곳에 오게 된 계기나 라면의 특징들을 만화로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역시
일본은 만화가 강하다, 거의 모든 해설은 읽기 싫어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글보다는 만화를 채택한다).

출구 쪽 한편에서는 전국에서 팔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들이 모두 진열, 판매되고 있다. 평소에 구하기 힘든 라면들도 전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한두 개씩은 사가지고 간다.

출구로 나오면 일본 각 지역의 라면들이 지도와 함께 소개되고있다. 어느 지역이 어떤 라면으로 유명한지 한 눈에 알기 쉽게 되어 있다.
라면이라는 테마로 개인이 이렇듯 잘 꾸며놓은 것이 나중에 근처에 오면 꼭 또 한 번 들려보고 싶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라면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도 라면이 간식으로 대단히 인기 있는 상품 아닌가. 라면 제조회사가 주최가 되어 전국에 있는 라면과
지금까지 생산되었던 각종 라면을 모두 모아‘형님먼저, 아우먼저’라면 페스티발을 개최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호황인 버블시대에는 디자인이 크고 화려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이 꼬였고 상품이 팔렸다.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팔리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감동이 없으면 다시 찾아오는 손님을 만들 수 없다.

여기에서 잠깐, 필자가 불평할 사항이 하나 있다. 경기도 파주시의 헤이리 마을에는 여러 테마관이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입장료를 내야
들어가는 테마관이 몇 개 있는데, 안에 들어가서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입장료를 받으려면 그만큼 볼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테마를 갖고 볼거리를 주려는 의도는 좋지만 무슨 볼 것이 있어야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것 아닌가(사실 그 안에서 파는 상품도 일반 상품보다 20~30%는 비싸다).

일본의 라면박물관을 비교 대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럴만한 등급이 못되니까 말이다.

영국 사상 최대의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의 한 현금보관소에서 약 5천만 파운드(약 900억원)가 털리는 무장 강도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범인들의 수법이 영화(화이어월)와너무 흡사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영화처럼 전개되었다. 퇴근하는 현금관리인의 가족을 인질로 금고를 턴 내용이다.
당시 현금보관소에는 경비인력이 15명 있었지만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이들의 범행에는 당할 수 없었다.

은행강도 현장을 테마관광으로 개발

이를 사업화 한 사례다.‘ 425억원을 트럭에 싣고 도주’한 영국 은행강도 사례를 관광상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영국 최대 은행강도 사건 현장을 둘러보며 가이드로 부터 범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관광상품이 등장한 셈이다.

이를 기획한 로즈&크라운 호텔의 지배인 말로는 돈을 강탈당한 현금보관소, 관리인과 그 가족들이 억류당한 창고, 용의자 두 명이 붙잡힌 집을
포함해 사건의 주요 현장을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는 코스라고 한다. 이 관광상품의 가격은 100파운드(약 17만원)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잘 안 간다. 하지만 이런 범죄의 현장을 후대에 알려 동일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치명적으로, 정신적으로 미치게 만드는 범죄인 경우에는 이를 피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투어도 함께 했으면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지능범죄가 늘어만 간다. 스스로 자기가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범죄의 당사자가 일깨워 주는 관광상품으로
승화시킨 영국의 업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영호 타이거마케팅 대표·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