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한 컷 4탄 (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제31탄)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전략’ 서리빈 교수

스타트업 세계에 입문한 창업가들에게 피할 수 없는 관문인 펀드레이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성공적인 펀드레이징이 가능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을 돕는 책을 최근에 저술한 포항공대 서리빈 교수(35세)를 만나 펀드레이징 세계에 대해 초심자로서 여러 가지 질문의 시간을 가졌다. 주로 네 가지 KYI 원칙과 스타트업의 성공과 성장을 지원할 잠재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이들에게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투자 기회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한 사업 계획과 재무 계획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그 내용을 어떻게 문서화 할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프레젠테이션(피칭)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01. 스타트업 특히 펀드레이징 관련 국내 책이 상당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책을 저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초기 스타트업 창업가와의 대화는 주로 한 단어로 집약됩니다. 바로 ‘펀드레이징’입니다. 펀드레이징의 목적은 단순히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투자자로부터 ‘이 사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검증받으며 기업가치, 즉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이해한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스타트업 관련 책들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펀드레이징을 주제로 다룬 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었습니다. 이마저도 일부 투자 유형에만 집중하거나 혹은 창업의 개인적 투자 유치 경험을 설명하고 있어서, 펀드레이징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보편적 활용이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투자 유형과 원천이 있고, 이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선행해야 해 창업가와 경영진은 스타트업에 적합하고 유리한 투자를 유치하는 펀드레이징 전략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펀드레이징에 관하여 이 정도는 반드시 알고 스타트업을 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예비 창업가들이 펀드레이징을 더욱 쉽게 이해하고 스타트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실무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02.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원칙은 바로 ‘투자자를 아는 것(Know Your Investoes;KYI)’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의 전 과정에서 ‘투자자를 아는 것(KYI)’보다 중요한 활동은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서 내가 투자를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이들은 어떤 투자 성향을 지녔는지, 어떤 투자 조건을 선호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목표한 잠재 투자자의 관심을 끌 매력적인 사업계획서와 투자안내서를 작성할 수 있고, 이들이 원하는 피칭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제시한 KYI 원칙을 중심으로 투자자 조사를 수행하여 이들이 스타트업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파악하면, 경영진과 투자자의 기대 차이를 쉽게 발견하고 관련 이슈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투자자가 파놓은 함정을 피하고, 스타트업에 최대 가치와 지원을 제공할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인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식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그 결과, 궁극적으로 텀시트에서 보다 유리한 투자 협상 조건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03. 투자자는 누구이며, 왜 투자하는가요?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가요?

투자자 유형은 크게 엔젤 투자자, 공공지원기관,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회사, 전략 투자자, 그리고 은행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각 유형에 따라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목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공공지원기관은 다양한 정책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전략 투자자는 자사의 사업과 기술을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그리고 은행과 같은 부채투자자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합니다. 이러한 일차원적 투자 이유와 더불어, 본문에서는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다차원적 투자 이유가 작용한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투자 목적을 가진 각 투자자가 선호하는 스타트업 성장단계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공공지원기관은 주로 프리펀딩 단계(Pre-funding stage), 엔젤은 프리펀딩과 시드머니(Seed money stage), 벤처캐피털은 시드머니와 시리즈 A(Series A)를 선호하며, 이들이 각 단계에서 선호하는 투자 방식도 다릅니다. 그리고 공공지원기관을 제외한 모든 투자자 유형은 투자 방식에 따라서 크게 부채투자자와 지분투자자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각 투자자 유형은 장·단점이 있으며, 스타트업에 제공하는 재무적 및 비재무적 지원도 다릅니다. 그래서 창업가는 각 유형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투자자에게 접근할 방법과 시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각 투자자 유형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 선호하는 스타트업 성장단계와 방식이 서로 다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바로, 스타트업에 기대하는 ‘수익’과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인지하는 위험 수준을 낮추어주고, 기대하는 수익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의 성공 요건이고, 이를 위해선 각 투자자 유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04. 사업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 이외에 펀드레이징의 또 다른 목적은 무엇인가요?

펀드레이징의 일차적 목적은 당연히 기업 및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로부터 유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목적만으로 펀드레이징을 수행하면 스타트업은 재정상 큰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우선, 성장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투자자를 찾기보다는 당장 필요한 사업자금을 유치하는 데 급급해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펀딩라운드를 많이 진행하게 됩니다. 그 문제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나쁜 돈’을 받게 될 여지가 높아집니다. 둘째, 주주 관계가 복잡해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개발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및 두 번째 이유로 인해, 결국 후속 펀딩라운드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펀드레이징이 근시적 관점에서 사업자금 유치라는 단기적 목표만을 추구하면 올바른 기업 성장을 추구하기 어렵습니다. 이보다는 펀드레이징의 초점을 밸류에이션, 즉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맞추어야 건전한 성장 전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설립 후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까지, 약 3년 동안 총 3번의 대규모 펀드라이징을 수행했고, 이때 유치한 투자 자금이 약 5000억 원입니다. 이 자금을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마크 저커버그는 ‘모두 태웠다(burned)’라고 답했습니다. 즉, 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서 투자금을 사용해야, 올바른 기업 성장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거나 너무 낮으면 잠재 투자자는 스타트업에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최종 실현될 투자 수익이 낮아질 여지가 높기 때문입니다.

05.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전 세계 벤처 생태계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보이는 영역이 인큐베이터(인큐)와 액셀러레이터(액셀)입니다. 스타트업 펀드레이징과 관련하여 인큐와 액셀이 직접 투자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공통으로 공동시설사용, 경영 자문, 판로개척 및 펀드레이징 지원 등의 다양한 비재무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그 대신, 명목상 약간의 스타트업 지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액셀의 경우에는 스타트업 비즈니스가 대단히 매력적이면 시드머니 단계에서 직접 투자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인큐와 액셀의 주요 차이점은 지속 시간과 지원 강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 후 1~2년 동안 인큐의 보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여기서 시드머니 단계의 기업 성장 속도를 자유롭게 관리하며 졸업합니다. 이때 액셀은 유명 스타트업을 선발하여 3~4개월 동안 집중 펀드레이징 훈련 및 비즈니스 고도화 교육 기회를 제공합니다. 프로그램 종료 시점에는 수많은 잠재 투자자를 초대하고, 창업자에게 피칭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인큐와 엑셀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다양한 이유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초기 스타트업이 사업 운영 자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소 비용과 낮은 위험으로 많은 비재무적 혜택을 받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스타트업의 재무 관리상 큰 이점이 됩니다. 더욱이, 앞으로 여러 차례 펀딩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잠재 투자자들이 물어볼 ‘번레이트(burn rate)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사업 운영에 필요한 최소 고정비용의 합계로, 스타트업이 현금을 태우는 속도를 뜻하는 번레이트는 잠재 투자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써 중요한 투자 고려사항 중 하나입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경영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업을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번레이트가 불필요하게 높다면, 투자자는 경영진이 사업 유지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투자 위험을 크게 인지합니다. 인큐 혹은 액셀 프로그램을 통해 번레이트를 줄인다면, 이는 본문에서 설명한 위험완화요인(risk mitigation factor)으로 작용하여, 후속 펀딩라운드를 더욱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