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세계 어느 도시를 방문할 때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 그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죠. 그래서 각 도시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물을 만듭니다. 바로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새로운 랜드마크입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는 ‘마리나베이샌즈’ 일까요? 

여러분, ‘랜드마크’라는 의미는 뭘까요? 바로 떠오르시나요? 국어사전을 보면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라고 설명해 줍니다. 그래서 런던하면 국회의상당 종탑인 ‘빅벤(Big Ben)’이 생각나고, 파리하면 ‘에펠탑’이 생각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요? 어떤 상징물이 랜드마크가 돼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 의견은 어떠세요??

그런데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수많은 아파트만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랜드마크 관련 내용을 살펴봅니다.  

#사례1 싱가포르에는 마이스산업 육성을 목표로 최대 52도 기울어진 경사와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건축한 것으로 유명한 ‘마리나베이샌즈’가 세워졌는데, 연간 4000만명이 방문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시 말해 ‘마리나베이샌즈’를 세운 이유는 마이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수많은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를 찾는 연간 해외관광객 수는 조그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보다 한참 적습니다.

#사례2 중국의 각 지방은 지역 도시특색을 강조하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며 기이한 설계를 앞다투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바람에 중앙정부가 곤혹에 빠졌습니다. 각 지방 책임자는 임기 중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기이한 건축물 건립을 허가해 줬습니다. 허난성 정저우(鄭州)에는 옥수수 모양 빌딩이, 장쑤성 쑤저우(蘇州)에는 ‘속옷 바지’ 형태 건물이, 상하이(上海)에는 ‘승마 부츠’로 불리는 빌딩이 세워졌죠. 주변 경관과 동떨어진 건물로 인해 랜드마크가 아니라 흉물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신흥 부국으로 불리는 중국과 두바이는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초고층 건축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대부분 세계 최고층에 집착하는 모습이죠. 물론 고층 빌딩을 세우려는 경쟁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높은 건축물만 있을까요? 서울 역시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에 뛰어들면서 점점 가열현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 133층짜리 프로젝트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잠실벌에는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면서까지 지어진 제2 롯데월드가 있습니다. 몇 년 후면, 현대차그룹 역시 한전본사 부지 내 115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세워 서울의 삼성동을 뉴욕 맨하탄처럼 만들려고도 합니다.

20세기까지 랜드마크는 무조건 ‘높이’라는 요소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21세기의 랜드마크 의미는 상당히 다르게 해석돼야 합니다. 20세기까지의 랜드마크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세계 유명도시의 랜드마크를 가는 건 단지 높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곳을 이용하는 도시 주민들, 관광객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순환적 피드백과 가슴을 적시는 스토리텔링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랜드마크라 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 도시나 한 가지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도시에는 사람이 안전하게 주거해야 하고, 여가활동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당연히 도시에는 만남과 소통의 장소인 광장과 랜드마크가 사람 중심으로 있어야 하며, 보행 친화적이어야 합니다. 높이로 혹은 위압적인 모습으로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고, 공감하는 친구처럼 다가오는 상징물이 바로 21세기형 랜드마크입니다. 여러분도 제 의견과 같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