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은 제가 본 전세계 광장 중에서 최악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좁은 직사각형 면적에 분수대와 각종 시설물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서 있습니다. 어느 겨울에는 스노보드 월드컵대회를 위해 아파트 13층 높이의 임시 점프대가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도시 중심부에 있는 ‘광장’의 개념을 알기나 아는지 궁금합니다. 

광장은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 국어사전에 나오는 ‘광장’의 뜻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장은 어디일까요? 네, 수도 서울의 ‘광화문 광장’입니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을 ‘광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우선 선진국의 광장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시죠.  

#사례1 세계의 교차로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차 없는 거리’ 타임스 스퀘어. 1904년 뉴욕타임스(NYT)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타임스 스퀘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12월 31일 밤엔 전세계로부터 달려온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엉켜 새해를 맞이하는 세계적 명소죠.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도 유명했던 이곳이 차 없는 거리가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도심을 위한 녹색 신호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9년 6월부터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완전 금지하면서부터입니다. 뉴욕시는 차가 없어진 도로를 광장으로 편입했습니다. 일부 차도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로 바꿨습니다.

#사례2: 런던 사례입니다. 1805년 트래펄가 해전을 승리로 이끈 넬슨제독을 기념해 만든 영국 런던의 ‘보행자 천국’ 트래펄가 스퀘어. 런던시는 이곳 명소를 시민들이 더욱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1년 ‘월드 스퀘어스 포 올(World Squares For Allㆍ모두를 위한 세계 광장)’이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광장 북쪽 차도를 통제하고 그 위쪽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로 바로 이어지도록 널찍한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광장 주변 길의 모든 턱도 없앴습니다. 광장 한편에는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했습니다. 3년여의 공사 끝에 트래펄가 스퀘어는 내셔널 갤러리, 성 마틴 교회 등 주변 관광 명소와 보행로로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광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사례3 꽃과 낭만으로 물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그랑플라스(Grand Place) 광장. 브뤼셀을 비롯해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광장은 좁은 골목을 거쳐 가다보면 갑자기 뻥 뚫린 넓은 공간과 만납니다. 많은 사람과 꽃, 거리공연 등 음악과 문화를 만나는 곳이죠. 자동차는 절대 볼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계심과 두려움이 없는 공간입니다.  

서울 광화문은 제가 본 세계 광장중에서 최악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좁은 직사각형 면적에 분수대와 각종 시설물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서죠. 우리네 광화문 광장은 자고 나면 새로운 천막들이 만들어집니다. 각종 시위대가 만든 천막들이 누더기 광화문광장을 더욱 슬프게 만듭니다.

그야말로 10년 앞을 바라보고 진행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없어 쉴 그늘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마자 괴상한 파라솔이 등장했고, 광장과 차도의 방어벽이 없어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고 하자 부랴부랴 경계석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결론만 말한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광장’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한 세계적인 광장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