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경제,경영인들 가운데 가장 핫(hot)한 화두는 단연코 ‘제4차 산업혁명’이다. 이는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본 이후부터 시작된 듯 싶다. 그저 미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았던 소설 같은 일들이 현실로 되면서 IT기술의 발전과 트렌드에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진화속도와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네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구체화되고 광범위화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아마존이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계산대 없는 식료품 매장인 ‘아마존GO' 프로젝트를 보면, 미래 소매매장에서 소비자 구매행태의 변화를 가져 오게 만들었다. 소비자는 자신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매장을 들어가 구입하고 싶은 식품을 골라 담고 그냥 매장 문을 나서면 된다. 계산하기 위해 긴 줄을 선다거나 결제를 위한 계산원과의 접촉도 필요 없다. 단지 원하는 제품을 손으로 집어서 매장을 나서면 된다. 결제는 자동으로 아마존 고객계좌에서 청구되고, 영수증을 송부해 준다. 그래서 그들은 ’저스트 그랩 앤 고(Just Grab and Go!)‘라고 외친다. 이처럼 현재진행형인 ‘디지털혁명’은 ‘디지털컨슈머 4.0’으로 자연스럽게 진화된 소비습관으로 이어지고, 지금까지의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의 4차 산업혁명 핵심 아이템 중 하나인 AI 로봇 ‘페퍼(Pepper)’가 이미 일본 커피 전문점과 은행에 손님을 안내하는 업무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사람 목소리와 표정을 인식하고 맞춤형 안내를 제공하는 로봇을 보면서 앞으로 소매 무인매장에 안내원으로 투입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즉, 새로운 소비자인 ‘디지털컨슈머 4.0’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1. 디지털컨슈머의 등장

내가 2001년 경제신문에서 명했듯이 21세기는 ‘디지털컨슈머(Digital Consumer)’ 시대다. (참고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컨슈머’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람이 필자다, 2001년 4월, 헤랄드경제(구:내외경제신문)에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을 알리는 칼럼을 시리즈로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 ‘디지털컨슈머’라는 단어를 채택,사용했다)

사실 우리에게 ‘디지털’이란 세상은 부지부식간에 다가왔다. 우리는 1998년부터 IMF라는 혹독한 경제적 시련으로 인해 먹고 사는 중대한 문제해결에 위해 동분서주했기 때문에 ‘디지털’이 어느 정도 빠른 속도로 우리 생활에 침투할지 모르고 있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엄밀히 따져본다면, 1980년대에 탄생한 가상공간은 월드 와이드 웹(WWW)'이라고 불렸고, 웹 페이지를 만드는 규칙인 'HTML', 원하는 웹 페이지를 검색하는 규칙인 'HTTP', 인터넷 주소를 정하는 규칙 'URL'이라는 새로운 발명품으로 인해 우리는 아날로그 세상으로부터 디지털 세상으로 시간과 공간을 순식간에 이동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의 삶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부터 디지털 발달로 인한 구매 행동의 변화까지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2000년도 초부터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우리 곁에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하루 종일 귓전을 맴돌고, 그만큼 세상은 우리를 아날로그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게 만들었다. 더구나 세상은 점점 더 양극화 현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었고,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불안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디지털컨슈머’가 탄생하기 시작한 시절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비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 단계별 디지털컨슈머의 진화

(1) 디지털컨슈머 1.0은 인터넷세상, 디카와 MP3가 상징적 디지털컨슈머 1.0 세상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은 아무래도 ‘디지털카메라’와 'MP3'다. 디지털컨슈머의 등장은 아무래도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신기술을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된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인터넷의 사용으로 인해 디지털컨슈머는 충동구매보다는 계획구매가 습관화 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인의 40%이상이 예정에 없는 충동구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한국인의 충동구매경향은 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했었다고 본다. 하지만 디지털컨슈머는 미리 사게 될 제품과 특정상표를 알고 점포로 가기 시작했다. 즉, 충동구매 비율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사진과 앨범은 디지털카메라와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된다. ‘디카’로 명명된 디지털카메라가 탄생하여 필름없이 언제든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물을 촬영해서 간직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또 하나 획기적인 사건은 음악을 장소나 시간에 구애됨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PC를 통해 활발히 퍼져나가던 MP3 음악을 휴대용 기기로 즐길 수 있는 휴대용 MP3플레이어가 탄생함으로서 음악은 우리 생활에 뗄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고, 이후 스마트폰 기능 중에 사진기능과 음악기능이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는 기틀을 다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