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면에서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초대형 유통채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을 장악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성장을 거듭한 채널이 있다. ‘미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달러스토어들이다. 이들은 작은 매장, 저렴한 인테리어 등으로 무장한 채 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우리나라 소상공인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미국인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알뜰쇼핑을 생활화하고 있다. ‘미국판 다이소’ 격인 달러스토어에 가더라도 중국이나 남미에서 온 듯한 굉장히 저렴한 상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참고: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1000원숍처럼 미국에서도 1달러숍이 유행했다. 지금은 이들을 달러스토어라 부른다.] 

달러스토어 시장은 ‘달러제너럴’과 ‘패밀리달러’란 양대 브랜드가 이끌고 있고, 그 뒤를 ‘99센트 온리 스토어’가 추격하고 있다. 이 시장은 성장세도 가파르다. 미국의 부동산 서비스 기업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달러제너럴, 패밀리달러, 99센트 온리 스토어, 달러트리 등 4개의 대형 체인이 미국 전역에서 2 1500개 매장을 운영했다.

이는 당시 미국의 3대 드럭스토어 체인인 ‘월그린’ ‘CVS’ ‘라이트에이드’의 총 매장 수 1만9700개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였다. 그러던 것이 10여년 만인 2020년 달러스토어의 수는 3만4000개로 월마트(1만1000여개), 스타벅스(8000여개), 맥도날드(1500여개)의 매장을 합한 것보다 많아졌다. 미국 소비자가 ‘달러스토어’란 업태를 할인점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통계다. 



그렇다면 달러스토어가 이토록 급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달러스토어의 1위 브랜드 ‘달러제너럴’을 통해 달러스토어가 유통공룡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찾아보자. 



■원동력❶기동력 경영 = 달러제너럴은 매장을 소유하지 않는다. 다른 대형 유통업자들이 부동산을 매입해 건물을 짓고 막대한 금액을 들여 매장을 오픈하는 것과 대조적인 전략이다. 달러제너럴의 매장은 월마트 매장 평균 크기의 10분의 1 수준인 660~ 924㎡(약 200~280평)에 불과하다. 인테리어도 철제 선반을 설치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달러제너럴은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 경영 전략으로 비즈니스 성과가 없을 경우, 빠르게 철수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모든 매장이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해선 안 된다. 

달러제너럴은 소비자에게 다양하고 완벽한 수준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걸 지향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색다른 체험을 선사하는 스토어가 아니기 때문에 ‘기동력 경영’이 가능한 셈이다. 



■원동력❷ 선택과 집중 전략 = 달러제너럴은 ‘우린 모든 브랜드를 취급하는 게 아니라 가장 인기 있는 제품만 제공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실제로 월마트가 매장당 평균 6만개의 제품을 취급할 때 달러제너럴은 1만여개 정도의 제품만 내놓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구매할 만한 제품만 집중적으로 판매한다는 얘기다. 



■원동력❸ 비용절감 전략 = 대형마트와는 다르게 인력도 최소화한다. 달러제너럴은 인사하는 직원도 혹은 물건을 찾을 때 도움을 받을 직원도 찾기 어렵다. 오직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만 중점을 둔다. 소비자 역시 생각보다 좋은 제품이 저렴한 비용으로 판매되는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제품 구매에 쇼핑의 초점을 맞춘다.

주목할 점은 달러제너럴이 배달 경로를 효율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해 자체 물류센터와 자사 트럭을 운용한다는 거다. 타사 운송업체에 서비스를 의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격변동성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비단 달러제너럴만 독특한 전략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여러 달러스토어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복합매장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신선식품 MD도 보강하고 있다. 이는 양적 성장에 질적 성장을 덧붙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식이 확연히 줄고,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비중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달러스토어의 움직임이 또다른 트렌드를 반영하기도 한다. 연소득 7만 달러 이상의 중산층 소비자가 달러스토어에 몰리는 건 ‘가성비 트렌드’가 넓게 퍼졌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소비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의 정반대 편에 서있는 초저가 유통 채널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이유도 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다이소’ 외 또다른 유통업체가 초저가 유통채널에 입성하길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시장은 또 변했고, 유통채널은 더욱 날카로워진 혁신의 갈림길에 섰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